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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 가지 소원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17년 02월 02일(목)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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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딱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밀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픈 사람은 병을 낫게 해 달라는 소원, 돈 없는 사람은 돈 좀 많이 벌게 해 달라는 소원, 시험을 앞둔 사람은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는 소원, 자식 없는 사람은 자식 소원 등등 각자마다 너무나도 간절한 꼭 한 가지는 소원이 있었다. 바꿔 말하면 모든 사람에겐 한 가지쯤 남모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게 다 갖춘 사람 같아도 말 못하는 아픔이 가슴 속에 있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했을까. 그 누구에게나 백퍼센트 만족은 없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우경이네 가족을 만났다. 아빠는 변호사, 엄마는 판사, 그런데 첫딸 우경이는 열 살이 되도록 아직 걷지도 못하고 그 쉬운 ‘엄마’라는 말 한마디도 못한 채 누워 있기만 한다. 모처럼 만나 이런저런 내 고민도 물어볼까 했었는데 식사시간 내내 우경이 먼저 떠먹이고 둘째까지 다 먹인 후 그제서 밥 한 숟가락 뜨는 그녀 앞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판사복을 입고 법정에 선 당당한 그녀는 어디가고 평생 우경이 앞에 모든 걸 다 내려놓은 그녀보다 더 힘든 여자 또 있을까 싶었다.

 얼마 전엔 친정집 옆으로 이사 온 준성, 준호를 만났는데 벌써 23살, 19살 청년이 되었다. 내가 간다는 전화를 받고 큰 아이는 바지를 입으려고 했지만 발목까지 끼운 모습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근이 영양증, 그러니까 근육의 힘이 서서히 빠져가는 병에 아들 둘이 다 걸리고 만 것이다. 원래 준성이는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 하는 아이였고 준호 역시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바람 빠진 풍선처럼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 두 아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 어린 말만 하고 나왔다. 

  사실은 나도 요즘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엄청난 고민이 있어 아마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내 딴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견뎌도 보았고 인내도 해보았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도대체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어 억울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아직도 얼마나 더 가슴이 넓어져야 할지, 얼마나 속이 더 곰삭아야 할지 끝이 보이질 않으니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오늘 우경이네와 준성이 준호를 생각해 보니 그들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것을 내 앞의 고민만 커 보였을까 내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활어횟집을 운영하는 분이 이런 얘길 했다. 바다에서 갓 잡은 싱싱한 회 맛을 손님에게 내 놓으려면 운반차량 안에 같은 종류만 넣지 말고 천적이 되는 물고기를 한두 마리 넣어 놓아야 한다고. 그래야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제 빠르게 물속을 헤엄쳐서 신선함을 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맞다! 내 안에 불편함이 한두 개는 있어야 더 건강해 지는가 보다. 더 단단하고 더 귀한 사람 만들기 위해 호된 시련은 필요한 것이겠지. 마치 순금도 불속을 지나야 반지나 목걸이가 되는 것이고 감기로 인해 고열을 앓고 나면 암 세포까지 죽는다는 말이 있으니 고통 주머니는 내 오줌통처럼 몸에 차고 다니는 게 맞는가 보다. 

  이제 설도 지났으니 진짜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빈 깡통처럼 요란할 게 아니라 조금은 더 무르익어야 겠지. 어지간한 건 원래 그렇거니 하고 도저히 이해 못 할 사람일지라도 저 사람 참 딱하다 생각하며 그냥 웃고 넘어가야겠다. 그러니깐 새롭게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기쁘게 걷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감당할 그릇이니 그 만큼의 시련을 주셨겠지 생각하고 우리 그렇게 살자.

 한 가지 소원,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소원은 무엇일지!
  꽃은 햇빛 쪽으로 자라고 인간은 꿈꾸는 대로 성장한다고 했다. 부질없는 일에 고민하며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생산적인 일로 승화시켜야겠다. 내가 본 성공한 사람들은 늘 명랑하고 웃으며 일하는 사람들이었으니 즐겁게 매 순간을 맞이해야겠다. 입 꼬리는 올리고 발걸음은 가볍게,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김천신문 기자  kimch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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