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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손해 보는 삶
이우상(김천실버문화대학 한글학과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17년 08월 30일(수)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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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어느 날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하여 재미있는 오락을 기획하고 많은 백성들을 모아 시녀를 시켜 큼직한 단지를 두 개 준비하도록 했다. 한 단지에는 꿀을, 다른 한 단지에는 인분을 담아놓고 놀부와 흥부를 불러냈다.

“너희 두 사람이 의논하여 각각 단지에 들어가도록 해라.”
놀부는 흥부에게 양보를 하면 설마 꿀단지에 들어가지는 않겠지 하고 잔머리를 굴렸다.
“상제님, 흥부에게 먼저 기회를 주도록 하십시오.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흥부는 어쩔 수 없이 인분단지에 들어갔다. 놀부는 자동으로 여유 있게 꿀단지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온 몸에 꿀과 인분을 덮어쓰고 나왔는데 상제가 그랬다.
“자, 그러면 상대방에 묻은 것을 서로 빨아 먹도록 해라.”

놀부가 죽을 맛으로 거의 다 먹을 때쯤에 놀부와 흥부의 아내가 함께 나타났다. 한껏 흥미를 느낀 상제는 이번에는 아내들에게 그대로 시켰다. 놀부가 잽싸게 자기 아내에게 뛰어가 인분단지에 들어가라고 힌트를 줬다. 그런데 상제께서 이번에는 자기 몸에 묻은 것을 빨아먹도록 했다.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다. 계산 빠르고 욕심 많고 꽤 많은 놀부의 심보는 하늘나라에 가서도 고치지 못하고 그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간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인간 세상은 날이 갈수록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웃관계는 야박해 졌으니…….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세상인심은 더 각박해진 것 같다. 아파트 층간의 소음관계로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는 등 대인관계가 계산적이고 이해 타산적 사고가 팽배해가고 있으니…….

길을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똑’ 소리가 날 정도로 영리하고 개성 있는 모습들이다. 깔끔하고 깨끗한 용모에 총명하고 똑똑한 끼가 온몸에 흐른다. 어느 한 구석 빈자리가 없는 완벽한 모습들이다.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똑 부러지게 처신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한 치의 양보 없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용납을 하지 않는다.

언론 매체가 열악했던 옛날에는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지만 지금은 동일한 시간대에 서울에서부터 첩첩 산골에까지 TV를 통하여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문화, 예술, 학문, 종교, 스포츠, 교양, 일반상식 등 다양한 매체들이 골고루 전달되기 때문에 개인의 학벌과 관계없이 상식은 거의 평준화 되었다.

박사학위를 가진 어느 대학 교수가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실에서 전공 학문 분야에만 열중하다가 모처럼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했는데 자기가 연구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면에서 제일 무지 무능함을 발견하고 적잖게 놀랐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어느새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이런 세상의 변화를 두고 이런 저런 얘기가 많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 ‘자갈밭에 던져놔도 잘 살 사람’ 등으로 표현하지만 더러는 흥부처럼 손해 보는 사람이 더 현명하고 총명해 보일 수도 있다.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표면적 총명보다 진실한 마음과 머리 깊숙한 곳으로부터 은은히 풍겨 나오는 지혜가 돋보일 때가 있다.

어눌한 가운데 진실 돼 보이는 사람, 남의 얘기를 들을 때 신중하게 듣고 긍정적 사고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주는 사람, 이런 사람은 이해관계가 따르는 일이 닥칠 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게 오히려 친구가 더 많음을 본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고 너무 똑똑한 사람 주위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학창시절에 백일장에 나가면 늘 장원에 뽑혔던 친구와 자주 자리를 같이 하곤 했는데 때로는 그의 말솜씨에 적이 실망을 했다. ‘어째 이런 사람이 시를 그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의 앞뒤가 잘 안 맞고 조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를 통해 ‘손해 보면서 사는 삶의 지혜’를 터득했으니 나에게는 스승이나 다름없다. 궂은 일,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그의 말은 항상 어눌했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진실이 깔려 있고 그의 눈에는 남이 발견하지 못하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지혜가 함께 하고 있음을 글로 보여 주었다. 나는 그의 삶을 닮아 보려고 했지만 아직도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거짓으로 각색된 말은 앞뒤가 조리에 잘 맞고 미사여구로 장식되지만 진실한 말은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덜 분명하고 조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남으로부터 지탄받을 일은 하기가 손쉽고 칭찬 받을 일일수록 실천하기가 어려우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아직도 나는 놀부처럼 눈앞의 것을 먼저 생각하고 호주머니의 돈을 먼저 계산하고 그저 나의 가족들만 챙기는 그런 자리에 머물러 있는 필부필부(匹夫匹婦)수준 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보통사람, 손해 보는 일에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수양(修養)이 덜 된 갑남을녀(甲男乙女)밖에 안 되고 있으니……. 
  
 
김천신문 기자  kimch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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