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칼럼

문화칼럼 - 주목받는 수도암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4.01.04 13:05 수정 2024.01.04 01:05

민경탁 칼럼니스트


백두대간 가야수도지맥 서쪽 끝 수도산은 애초 불흥산(佛興山)이라 불렀다. 신라 때 도선국사가 수도사(修道寺)를 세우고 장차 무수한 수행인이 나올 것이라 하여 수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불령산, 선령산, 신선대, 수락산이라고도 했다. 동쪽으로 가야산, 서쪽으로 덕유산과 잇닿는 수도산은 수도사의 진산으로서 일찌기 불교 화엄종이 선양되던 곳이다.

김천 수도암의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구랍 김천시와 수도암이 주최하고 연구기관 서진문화유산이 주관한 학술회에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2016년에 발견되어 2019년부터 본격적인 명문(銘文) 판독이 시작된, 김천 수도암 신라비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비문에 의하면 수도암은 762년(신라 경덕왕 21)에 터를 닦았으며, 808년(애장왕 9)에 비로자나불을 조성한 것으로 석독되고 있다.

김천 수도암에는 보물 3점이 보전되고 있다. 석조 비로자나불상(보물 307호), 석조 약사보살좌상(보물 296호), 동서 삼층석탑(보물 297호)이다. 특히 대적광전에 있는 석조 비로자나불상은 경주 석굴암 본존불에 버금가는 균형미와 정제미를 자랑한다. 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 석불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불상이란 평을 받는다.


김천 수도암의 원래 이름은 수도사였다. 청암사, 쌍계사(김천 증산 소재)와 함께 신라 헌안왕∼헌강왕 때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온다(경상북도 김천군 불령산 청암사 사적비). 더 명확하게는 859년(헌안왕 3)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다(전통사찰총서,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 등). 그러다가 17세기(조선 인조 때)에 쌍계사가 중건되면서 청암, 백련암 등과 함께 그 부속 암자가 되었고, 18세기 말 ‘쌍계사 수도암’(몽은, 개간비밀교 서)이 되었다가 훗날 다시 청암사의 부속 암자가 된 것이다. 지금도 직지사의 말사인 청암사의 부속 암자가 돼 있다.

김천의 쌍계사는 어떤 절인가. 통일신라시대에 수도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증산면 시루봉 앞에 세워졌던 사찰이다. 지금의 증산면 행정복지센터 자리 일대에 있었다. 이 쌍계사 대웅전은 규모가 단일 건물로는 해인사 대적광전보다 웅장했고 서울 남대문 다음으로 컸다고 한다. 청암사와 수도암을 사내 암자로 거느리고 불교사상, 의식, 염불, 인쇄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던 큰 절이었다. 아쉽게도 6·25 전쟁 때에 북한군 여자 패잔병의 방화로 불타 없어졌다. 지금 증산면 행정복지센터 뒤에 쌍계사 폐사지와 주춧돌들이 남아 있고 당간지주석과큰 멧돌은 예의 증산중학교 교정으로 흩어져 있다. 청암사에 쌍계사사적이 보관되고 있으며 쌍계사 범종은 청암사 정법루에, 동종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각각 보관되고 있다.

우리가 무심히 대하는 김천의 절로 남면에 갈항사가 있다. 불교문화 전성기였던 통일신라 효소왕 때 창건된 절이다. 갈항사에는 국보 99호인 쌍석탑이 있었는데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 있음을 아는 이는 안다. 갈항사 쌍석탑 건립 4년 뒤에 김천 수도암 신라비가 건립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수도암 신라비 연구자들에 의하면 두 탑의 비문 필체가 신라시대 전설적인 명필 김생(金生 711, 성덕왕 10∼807, 애장왕 10)의 것으로 밝혀진다. 또한 갈항사에서 활동한 승전(勝詮) 스님이 가귀(可歸) 스님과 함께 수도암에서 강설한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승전은 어떤 스님인가. 갈항사를 짓고 그곳에서 설법한 스님이다. 그는 중국으로 유학 가서 현수(賢首) 국사에게서 화엄사상을 배우고, 692년(효소왕 1)에 귀국하면서 필사한 불교서적과 현수의 편지를 의상대사에게 전한 스님이다. 김천 수도암 신라비 연구자들은 승전이 수도암에서 설법하고 죽산(오늘날의 밀양)에 머물다가 배를 타고 중국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승전과 가귀 두 스님이 수도사 개창에 직접·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 삼국유사에 그 활약상이 나타나 있는 승전 스님은 지엄-현수·의상-승전-가귀로 법계가 이어지는, 화엄사상 선양에 충일했던 스님이다.

김천의 수도암은 15세기 중기까지도 가야산 권역에 속해 있었다. 불교 화엄사상이 신라의 왕경 경주에서 김천 갈항사·수도사-성주 법수사-가야산 소리암·해인사 등지로 전파되어 가는 맥락에 놓인 사찰이다. 가야산 불교문화권과 연계해 연구하고 다뤄야 할 것이다. 갈항사-무흘구곡-청암사-수도암을 권역화하여 불교문화와 유교문화를 동시에 접해 볼 수 있는 역사문화 관광콘텐츠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수도암의 이름도 수도사로 복원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겠는가. 청암사, 무흘구곡, 수도암에 걸쳐 조성된 인현왕후둘레길과도 연계해 볼 일이다.

문화재는 연구해 가면서 현대 감각에 맞게 문화·관광콘텐츠화 해야 한다. 전통문화에 스토리를 입혀, 알기 쉽고 재미있게 문화콘텐츠화 하면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절로 찾아올 것이다. 그래야 경제 발전과 웰빙이 앞당겨지고 인구 감소도 예방되며 지역에 대한 자긍심도 제고될 것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