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에 의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 법인인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를 자행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이다.
A씨는 1984년 7월경 신원불상의 5인에게 끌려가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되었고, 이후 시설 내 소대장 등으로부터 수시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며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다. A씨는 약 1년 3개월 동안 불법구금과 강제노역을 겪다가 1985년 11월 탈출했다. 이후 그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진실규명대상자로 인정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공익소송을 일환으로 A씨를 대리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이 사건의 소송대리인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내무부 훈령은 법률의 위임없이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였고, ‘부랑인’의 정의가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 행위의 실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음에도 별다른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및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분류되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공단의 청구를 받아들여 “대한민국은 원고인 A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진혁 변호사는“이번 판결은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하여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 사례이다.”라며 “소송을 진행하면서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고,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받은 이번 판결이 피해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고 있다.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 중 중위소득 125% 이하인 국민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피해자에게 발송한 진실규명 결정통지서 ▲건강보험납부확인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고 가까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면 소송을 진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단은 조만간‘법률지원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피해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문의처>
법률지원단 공익소송팀 02-6923-9132, 02-6923-9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