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뒤로 달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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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용(시인·김천문인협회원) |
헬스장에 가면
나는 앞만 보고 러닝머신을 달리는데
간혹 뒤로 돌아서서 걷는 이가 있다
시간을 되돌려 가야 하는 사람처럼
머리 뒤에도 눈이 있는 사람처럼
박박 머리 중학생 때
어둑어둑한 하굣길
포장도 안 된 내리막길을
두 다리 쫙 벌리고 내달리다
페달을 아무리 뒤로 돌려봐도
자전거는 뒤로 가질 않았다
앞으로 페달을 밟을 때만
체인은 바퀴에 걸려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자전거 페달은 아무리 뒤로 돌려봐도
페달은 헛돌 뿐 뒷바퀴로 힘을 전달할 수 없다
인생도 그러했다
아무리 뒤돌아보며 후회를 해봐도
다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기억을 다시 포맷할 수도 없다
모란이 지고나면 한 해가 가듯
내 삶도 흘러가면 그만인 것을
오늘도 러닝머신에 올라 앞만 보고 걷는다
오직 앞으로만 달린다
■ 인생은 앞을 향해 나아간다. 잠시 뒤로 돌려 보지만 그것은 기억 속일 뿐. 과거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다시 포맷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과거는 현재의 거름이요, 미래의 거울이다. 삶의 페달을 메마른 땅 위에서 굴릴 때 더욱 파워가 붙는 법. 뒤로 밟다보면 체인이 벗겨진다. 지금 고난스러워도 우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미래는 늘 우리 편.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