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사고 후 운전자가 도주 의사가 없었음이 입증되고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에 대하여는 무죄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에 대하여는 공소가 기각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A씨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A씨는 승용차를 운전하여 지하 주차장에서 나오던 중 출구 근처를 지나던 B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좌측 사이드 미러로 B씨의 좌측 팔목을 충격하였다. 이에 A씨는 즉시 정차하여 B씨의 상태에 대해 물었고 연락처를 건네려 하였으나 B씨는 운전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만을 지적하며 화만 내다가 A씨의 연락처를 받지 않은 채 곧바로 떠나버렸다. 이후 B씨는 2일이 지난 후에야 A씨가 구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도주하였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합의금으로 500만원을 요구하며 만약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하며 A씨를 불안하게 하였다.
1차 수사결과 B씨가 짜증만 내다가 먼저 현장을 이탈하였으며 거짓말 탐지기 결과 A씨는 B씨로부터 아프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하였음이 밝혀져 도주치상에 대하여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되었다. 그러나 B씨가 이의신청을 하여 A씨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나와 정식재판청구를 하였다. A씨는 선량하게 살아왔고, 도주의 고의가 전혀 없음에도 뺑소니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며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였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하여 정식재판청구 사건을 수임하였다. A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결과, 사건 당시의 CCTV 영상 등을 기초로 도주의 의사가 없었음을 주장하였고, B씨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통하여 B씨의 증언 중 CCTV 등 객관적인 사실과 모순되는 점을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하였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도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주치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하여는 A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였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홍문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억울하게 뺑소니범으로 몰린 의뢰인의 결백을 밝힐 수 있어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법률구조서비스를 통해 정당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